조선시대 건축물에서 나를 감동시키는 것들은 완만하게 끝을 올린 처마의 모습이 아니라,
화려한 단청에 덮여진 건물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담장과 굴뚝의 모습이다.
장락당 뒷 마당에서 굴뚝을 보았을 때 검은 벽돌과 백토의 간결하고 엄숙한 패턴이 먼저 나의 시선을 이끌었다.
그런데, 뒤로 물러나 건물과 함께 굴뚝을 바라보았을 때, 굴뚝의 모습은 건물과는 매우 이질적인 것처럼 느껴졌다.
하지만, 화려함만을 추구할 수 없는 건물의 정치적인 성격을, 굴뚝이 없었더라면 보여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, 굴뚝은 이 건물의 의미에 대한 가장 큰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.
그러한 시각을 통해서 바라본 굴뚝은 이 건물의 의미를 드러내는 마침표와 같은 존재로서, 건물과 이질적인 존재가 아닌 건물의 의미를 바로 잡아주는 더 없이 완벽한 조형미를 드러내고 있었다.